2012. 10. 11. 20:48
내 자신에 대한 실망과 미래의 불안감이 무기력과 게으름의 병이 되어 점점 퍼져 나가더니 어느새 형체 없는 괴물이 되어 나를 조종한다.
의식보다 무의식이, 무념보다 잡념이 나의 머리를 가득 채우고 이내 나의 시간을 묶어버린다. 그런 순간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희뿌연 안
개같은 나의 절망감은, 사슬이 되어 나를 시커먼 저 너머로 끌고간다. 현실에 맞부닥쳤을때, 눈물과 함께 격렬히 튀어나온 것은 '나'를 내
눈으로 마주했을때의 끔찍함과 이런 나 자신을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찐득찐득하게 스며나오는 비린 외로움이었다.
지금 눈물이 마르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어도, 내일 내 책상앞에 앉아 있을 나는 그저 텅 빈 껍데기일 것이다. 마치 물감이 묻지 않은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려는 화가와 같이. 지금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내일 아침 눈을 뜨는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오는 내 방의 눅눅한 풍경이다.
오늘, 내일, 그리고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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